자본중심의 개발정책, 독선적 개발과정으로
빈민들의 삶과 권리를 짓밟는 서울시를 규탄한다

-Hi Seoul 페스티벌의 이면을 보며-



5월 서울은 축제가 한창이다. 시청 앞에는 잔디를 깔고 거리마다 플래카드로 도배를 하고 언론매체마다 서울의 축제를 광고하고 있다. 서울시가 개최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다. 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하여 우리는 자본과 가진자 중심으로, 독선적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와 이명박시장의 개발정책에 대항한 전면전을 선포하며 짓밟히고 있는 빈민들의 삶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포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는 서울시 행정의 문제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친환경, 문화, 역사 복원이라던 애초의 주장과는 달리 복원은 빌미일 뿐 청계천 주변의 대규모 재개발을 통한 이윤창출이 목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실제 대화의 상대로 협의해야했던 거주자, 노점상, 상인들이 배재되었고 그 결과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8일 “청계천에서 장사를 해온 영세 상인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4월 29일자 연합뉴스)는 사건은 단적인 예이다.

최근 강북지역에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 정책으로 10만명 이상의 세입자와 빈민들이 사실상 강제이주될 상황에 처해있다. 상도2동에서는 민간개발방식으로 거주자에 대한 대책없이 강제철거가 저질러졌고 이에 항의하던 주민 8명이 구속되었으며 집을 잃은 주민들은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집단주거지가 개발되면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피맛골이라 불리는 종로의 청진동 일대는 3만평 27층의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서면서 거주자들은 거리로 쫓겨났고 그 대책을 요구하는 철거민들의 시위가 조직적으로 방해받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시청앞 잔디광장과 하이 서울 페스티벌 사이로 우리는 서울시를 향한 빈민들의 분노를 확인한다. 원거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없이 강제철거한 것에 항의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해를 넘겨 노숙투쟁을 하는 상암동 철거민이 있다. 이번 축제 무대를 설치하며 서울시는 이 철거민의 스티로폼 한 장짜리 공간마저 빼앗았다. 재정이 없다는 이유로 노숙인 의료에 사용되던 의료구호비를 일방적으로 중단 통보한 것에 항의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하는 노숙인이 있다. 주거는 최소한의 인간생활을 위한 기본이지 이윤창출,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다. 노숙인에게 의료는 삶과 죽음의 문제이기에 탁상행정으로 정해진 예산이 부족하다하여 중지될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의 유려한 광고들 속에서 빈민의 짓밟힌 인권이, 생존권이, 목숨이 있음을 본다. 서울시가 베풀어주는 인위적인 축제에서 공허함과 개발독재를 본다.
우리는 분노한다.
서울시의 탁상행정에, 관료주의에,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한판 쇼에 빈민들이 처절한 희생을 치러야 했음을 우리는 결코 있지 않는다. 서울시가 빈민들의 삶과 권리를 짓밟는 지금의 행정을 철회하고 앞으로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갈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서울시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규탄할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빈민의 권리를 쟁취할 것이다.


2004년 5월 8일

전 국 빈 민 연 합